• 20.08.13 — 08.30
    • [대관] 땀이 잔치 A Sweaty Feast
    • Soomin Kang
    • — 08.30
    • 땀이 잔치
    • 강수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85회 작성일 20-08-07

본문

2020. 8. 13 — 8. 30

목요일-일요일 1시~7시

기획/글: 이상엽
포스터 디자인: 정하슬린
텍스트: 박선호 밀푀유 타임라인
13 — 30 August 2020

Thur - Sun 1pm-7pm

Curated by Sangyeop Lee
Poster design by Haseullin Jeong
Text by Sunho Park (Mille-Feuille Timeline)
THE WET WANDERER-1, 2020, oil, silicon, charcoal, resin, 130 x 130 cm

THE WET WANDERER-1, 2020, oil, silicon, charcoal, resin, 130 x 130 cm

<br /><br />



THE WET WANDERER-3, 2020, oil, silicon, charcoal, modeling paste, wire mesh, styrofoam, bead, 130 x 97 cm

THE WET WANDERER-3, 2020, oil, silicon, charcoal, modeling paste, wire mesh, styrofoam, bead, 130 x 97 cm

1% Tickling, 2020, wire, clay, color spray, acrylic, paraffin wax, leaf, 120 x 63 cm

1% Tickling, 2020, wire, clay, color spray, acrylic, paraffin wax, leaf, 120 x 63 cm

floating bite, 2020, oil, paraffin wax on canvas, 162 x 130 cm

floating bite, 2020, oil, paraffin wax on canvas, 162 x 130 cm

THE WET WANDERER-2, 2020, oil, epoxy, silicon, 72.5 x 60.5 cm

THE WET WANDERER-2, 2020, oil, epoxy, silicon, 72.5 x 60.5 cm

Show me the way 1152, 2020, wood panel, plastic cherries, acrylic, 233 x 113 cm

Show me the way 1152, 2020, wood panel, plastic cherries, acrylic, 233 x 113 cm

땀이 잔치

글_이상엽


강수민의 개인전 《땀이 잔치》는 밖으로 나와 몇 걸음만 디뎌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한여름에 열린다. 전시 제목의 일부로 사용된 단어 ‘땀’은 전시가 열리는 무더운 팔월의 계절을 암시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다각도로 해석 가능하다. 먼저 땀은 본 전시에 포함된 회화 작품들의 표면 위에 바른 실리콘·레진·아크릴·에폭시·플라스터 등의 재료가 감각되는 특성을 일괄 일컫는다. 또한 눈으로 관찰되는 시각적 속성으로써 땀방울과 피부에 맺히는 땀의 촉각적 성질처럼, 땀이 갖는 다중 감각은 회화와 조각의 두 매체를 함께 다루는 강수민의 작업과 그가 두 매체를 다룰 때 시각과 촉각을 교차하거나 동시적으로 사용하는 작업 방식¹ 을 비유한다. 마지막으로 땀은 전시 준비 기간 동안 무형의 수고와 노력을 가시화하는 장치로 사용되며, 제목처럼 전시는 땀이 잔치다.

복수종 회화: ‘THE WET WANDERER’ 연작
  강수민의 회화 연작 ‘THE WET WANDERER’² 에서 눈에 띄게 감지되는 덩어리진 물성은 여름철 더위에 땀을 잔뜩 머금은 누군가가 뙤약볕을 피해 이동한 대피소에 늘어져 땀을 식히는 모습을, 또는 급작스레 닥친 여름 장마에 흠뻑 젖은 한 존재가 비를 피해 급히 들어선 피난처에서 몸에 밴 빗방울을 뚝뚝 떨어트려 남긴 흔적을 연상시킨다. 시각과 촉각이 결합된 이중 감각으로 여름이면 유난히 부각되는 땀방울과 빗방울이 지닌 형질과 ‘THE WET WANDERER’ 연작의 축축한 표면이 갖는 유사성 너머, 강수민은 본 회화 연작 위로 부피감을 지니며 달라붙은 형체들(유화 물감·실리콘·레진·목탄·아크릴·에폭시·플라스터 등의 재료를 섞고 겹치며 구현한 점성을 지닌 물질)을 일종의 유기체로 바라보는 데까지 나아간다. 회화 속에 고인 형태들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여기는 작가의 태도와 그 태도를 반영하듯 의인화하여 붙인 ‘젖은 방랑자’ 쯤으로 번역 가능한 제목 ‘THE WET WANDERER’는 강수민이 상상을 가미해 구상한 비유적 개념에 가까우나, 어쩌면 이 사유는 비유에 그치지 않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어떤 미생물이 그림 안에 거주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며, 그게 아니더라도 일련의 회화는 여타의 생명체가 가진 특성과 다를 바 없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화와 부식을 동반하며 그 외피는 변형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더욱이 강수민은 차차 노화의 수순을 밟게 될 회화의 운명을 순응하는 한 방식으로서 <THE WET WANDERER-2>(2020)를 제작한다. 본 작업은 균열이 쉽게 가는 재료인 에폭시를 빈 캔버스에 부어내고 덜 마른 유화 물감 위에 실리콘을 덧대는 과정을 거치는데, 사실상 앞선 방식은 그림의 보존도를 급속도로 낮추기 때문에 잘 선호되지 않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강수민은 이같은 재료의 혼용과 순서의 재배치를 통해 회화가 이미 배태한 노화의 순간을 조금 앞당겨 마주해 본다.
  한편 ‘THE WET WANDERER’ 연작에서 다종다양한 물성들이 캔버스 안에 서로 맞붙은 채 흡수·접촉·결합·공생하여 축축한 몸체를 일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외피가 변형을 거듭하는 모습은 이들을 ‘복수종 회화(plural species painting)’³로 이름붙여 바라보도록 한다. ‘복수종 회화’는 실리콘·레진·목탄·아크릴·에폭시·플라스터 등의 물질을 재료 이상의 서로 다른 특질을 지닌 복수종으로 인지하고, 이들을 회화 환경을 조성하는 유기체로 바라봄을 전제한다. 이에 따라 작가 또는 관람객을 ‘하기’의 주체로, 작품을 ‘되기’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는 서로의 위치를 바꿔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복수종 회화는 우리가 그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앞에 선 우리를 감지하며, 방문객이 없는 시간 동안은 앞서 만난 관람객을 다시 떠올려 보기도, 곧 만날 관람객을 기다리기도 한다. 사실 본 문단의 도입에서 ‘THE WET WANDERER’ 회화 표면을 은유하며 언급한 ‘누군가’와 ‘한 존재’는 인간 존재 뿐만 아니라, 인간 외의 다른 종이 땀을 식히고 비를 피하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까지도 모두어 가리킨다.


A Sweaty Freedom
  본 전시에 포함된 작품 중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Show me the way 1152>(2020) 조각은 위를 향해 쭉 뻗은 모양새로 인해 ‘수직적 모양’ 하면 으레 연상되곤 하는 남성성을 상징하는가 싶지만, 이 쉬운 연결고리를 조금만 더 비껴서 <Show me the way 1152>를 바라보면 그 외형은 오히려 여자화장실을 상징하는 여성 기호와 그 생김새가 더 유사하지 않은지 반문하게 된다. 한편 <Show me the way 1152> 표면 위로 일정한 방향을 그리며 부착된 다량의 체리 모형 오브제는 마치 살갗 위에 촘촘히 달라붙은 체모가 자연스레 형성한 일방향의 결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또한 매체와 내용 상 <Show me the way 1152>와 유사한 결을 가진 <1% Tickling>(2020)는 여러 군데 작은 홈이 파인 흙덩이 위로 가느다란 철사가 몇 가닥 꽂힌 모습으로 구현되었는데, 이 구조물의 생김새 또한 신체 일부에 듬성듬성 난 털을 떠올리게끔 한다. 신체와 체모를 연상시키는 앞의 두 작업 요소들은 비단 이번 전시에서뿐만 아니라, 이전 작업에서부터 강수민이 관심을 기울이며 탐구해 온 주제이다. 신체와 체모를 향한 그의 관심은 살아가는 동안 달리 떼어낼 수 없이 자신과 가장 가까이 맞닿은 물질인 몸과 털에 대한 사유이자, 그가 살아온 시간 동안 체내외 경험을 통해 축적한 감각을 신체와 한두 발짝 분리시켜 재감각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실상 신체와 체모가 엮여 발생하는 감각은 강수민을 비롯한 개개인이 가진 고유한 경험이면서 동시에 털과 피부를 가진 생명체라면 누구나 공유하는 공통 감각이기도 하다. 여름이면 끈끈이처럼 목뒤로 달라붙는 머리카락처럼, 성기게 분무기를 뿌린 듯 땀에 젖은 피부에 닿아 스민 셔츠 위 땀자국처럼.
  온몸이 끈적거리고, 늘어지며, 찌는 듯한 기분을 번번이 느끼는 여름철이지만, 그 연장선에서 전시 제목 또한 《땀이 잔치》지만, 역설적이게도 전시를 준비하며 작가 강수민과 기획자 이상엽은 무엇보다 ‘자유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었다. 서로가 머릿속으로 그리는 전시가 무엇일지 여러 텍스트와 메모, 노래와 이미지⁴를 공유하며 함께 그 길을 더듬어가는 중에, 강수민은 다음의 작업 메모를 전달해 주었다. “지켜야 할 벽이 무너지는 순간에 모든 곳이 길로 변하는 그 자유로움을 그림에서도 느낄 수 있다면.” 가령 이 자유로움에는 매체를 다루는 태도의, 재료의, 형태의, 순서의, 완결성의 부분들이 포함되지만, 더 나아가 매해 여름마다 신체 각 부위에 타고난 체모를 다듬고 떼어내고 자연스레 흐르는 땀을 억제시키고 유예시키는 데서 오는 피로감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는 마음까지 가닿는다. 후덥지근한 여름을 가로질러 전시장으로 걸음해 준 이들이 ‘땀이 잔치’인 이곳에서 잠시간 자유의 순간을 누릴 수 있었으면. 



❊❊❊

¹ 최근 강수민은 회화를 제작하는 자신의 태도에서 화면을 구성하는 이미지 속으로 파고드는 내재적 탐구 외에도 캔버스 표면 위로 여러 재료를 덧대고 붙이고, 씌우고, 잘라내고, 떼어내는 등 조각을 제작할 때 주로 사용하는 촉각적 감각을 회화에 접목하는 방식을 자주 취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² 강수민의 회화 연작 'THE WET WANDERER' 제목은 미술가 로레 프로보(Laure Prouvost)의 개인전 ⟪the wet wet wanderer⟫(Witte de With Center for Contemporary Art, 2017)의 전시 제목을 참조하였다.
³ '복수종 회화’라는 용어를 사용한 사례는 아직 본 적이 없으나, 본문에서 언급한 ‘복수종’에 관한 사유는 다나 해러웨이(Donna Haraway)의 이론 중 ‘공-산/심포이에시스(sympoiesis)’ 개념에 기대어 있다.
⁴ 우리가 함께 공유한 자료로는 김혜순의 『여자짐승아시아하기』, 신해욱의 몇몇 시, 뤼스 이리가레이(Luce Irigaray)의 「우리의 입술이 저절로 말할 때」, 엘렌 식수(Hélène Cixous)의 「메두사의 웃음」, 유하니 팔라스마(Juhani Pallasmaa)의 『건축과 감각』과, 클로에 테베닝(Chloé Thévenin)의 <Herselves>, 문차일드(Moonchild)의 <The Other Side>, 데벤드라 반하트(Devendra Banhart)의 <Freely>, 바시티 버니언(Vashti Bunyan)의 <If I Were> 곡과 사라 폭스(Sarah Faux)와 자데 파도유티미(Jadé Fadojutimi)의 이미지 등이 있다.
2020. 8. 13 — 8. 30

목요일-일요일 1시~7시

기획/글: 이상엽
포스터 디자인: 정하슬린
텍스트: 박선호 밀푀유 타임라인
13 — 30 August 2020

Thur - Sun 1pm-7pm

Curated by Sangyeop Lee
Poster design by Haseullin Jeong
Text by Sunho Park (Mille-Feuille Timeline)